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

2022-02-02

이직을 하면서 더 큰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더 큰회사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가 궁금하였다. 큰 회사를 만드는 여러 좋은 책과 자료가 많다. 아직 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아 이런글을 쓰는게 부끄럽지만, 지난 한 해 느낀 한 가지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1조

쿠팡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쇼핑・물류 시장을 개편하고 있다1는 점은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은 많지만, 쿠팡과 같은 사이즈는 드물다. 물론 쿠팡은 다른회사와 달리 막대한 투자를 하였다. 쿠팡이 물류센터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원2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조가 되는 모든 회사들이 이와같은 과감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적으로 유통분야에서도 1년 영업이익이 수천억원인 회사들도 있었다.

같은 시장과 자금이 있어도 어떤 회사는 큰 도전과 성과를 내는 반면 많은 회사는 그렇지 않는다.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

지금은 인터넷강의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어 큰 감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인터넷 강의의 등장은 한국 교육계의 큰 사건이다. 누구나 집에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의 탄생으로, 교육부가 수십 년 성공하지 못한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메가스터디 창업자 손주은 회장에 대해 알아보던중에 알게된 손주은 회장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손주은 회장 칠판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 3

더더더

창업에 관심 많다면 Y Combinator (이하 YC)를 한번쯤은 들어봤을것이다. Stripe, Airbnb, Dropbox, Coinbase등 유명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한 최고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로 평가받는 투자사다. YC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Billionaires Build란 글에서 '억망장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을 착취하는것이다'는 말에 반론을 가한다.

So that's what YC looks for in founders: authenticity. People's motives for starting startups are usually mixed. They're usually doing it from some combination of the desire to make money, the desire to seem cool, genuine interest in the problem, and unwillingness to work for someone else. The last two are more powerful motivators than the first two. It's ok for founders to want to make money or to seem cool. Most do. But if the founders seem like they're doing it just to make money or just to seem cool, they're not likely to succeed on a big scale. The founders who are doing it for the money will take the first sufficiently large acquisition offer, and the ones who are doing it to seem cool will rapidly discover that there are much less painful ways of seeming cool.

그래서 YC가 창업자들에게서 찾는 것은 진정성입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일반적으로 혼합되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 멋있어 보이려는 욕구, 문제에 대한 진정한 관심,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마지막 두 가지는 처음 두 가지보다 더 강력한 동기 부여 요인입니다. 창업자가 돈을 벌고 싶거나 멋있어 보이기를 바라는 것은 괜찮습니다. 창업자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창업자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또는 단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큰 규모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돈을 위해 창업을 하는 설립자들은 충분히 큰 첫 번째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창업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운 방법이 있다는 것을 빠르게 발견할 것입니다.

이건 미국의 사례이고 한국은 그렇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론 냉소적인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VC중 하나인 알토스벤처스는 토스, 로블록스,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등 한국의 굵직한 유니콘에 초기투자한 회사이다. 알토스벤처스의 한킴 대표는 "더더더"로 유명하다.

김한준 대표는 스스로 ‘더더더’를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여기서 조금 더 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몇십조 이상 되는 것을 원한다 (더더더). 그러려면 지금 욕심내서 매출∙이익 극대화 하지 않고 전 생태계를 발전시키도록 노력한다. 시장 자체가 커져야 우리도 훨씬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 제안을 받아들이면 세후 1000억원, 평생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현금 500억원이 통장에 꽂히고 3년 경영권 보장해준다는데”

초우량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기업가치 1000억원대를 넘어서며 겪는 극심한 내적갈등은 대략 2가지. 하나는 수차례 오프라인 대기업의 기업인수 제안으로 엑시트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며 겪는 극심한 내적 갈등이다.

두 번째 겪는 내적갈등은 매출 규모 200억원대, 회사 인원이 100명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겪는 규모의 경제에 대한 최고경영자로서의 한계와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두려움, CEO로서 느끼는 한계 등이 복합된 ‘CEO 성장통’이다. 실제 매출 100억원대를 넘어서며 극심한 고통을 겪는 CEO들이 상당수 있고, 자신은 매출 300억원대 이상 기업경영은 자신 없다며 매각을 고수했던 창업자들이 즐비했다. 심지어 오프라인 대기업의 인수합병 제안에 엑시트를 결정했던 포트폴리오 CEO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데이터를 제시하며, 거꾸로 더욱더 성장할 수 있고 심지어 유니콘 기업까지 클 수 있다고 확신하며 독려하는 알토스벤처스의 긴호흡의 투자 철학 덕에 여린 창업자들은 불과 창업 5,6년만에 탄탄한 경영수완을 갖춘 능력자 CEO로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매출 200억원,직원수 100명선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혼돈의 내적갈등을 겪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불과 5,6년만에 매출 3000억원대, 직원 수백명 체제를 거뜬히 이끄는 ‘초고속 학습능력’의 경영자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김한준 대표의 ‘더더더’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의미 있는 성장세만 확보한다면 펀딩과 추가 투자에 대한 자신감과 글로벌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창업자의 ‘건강한 도전의식’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알토스벤처스 신드롬-②]한킴대표 ‘더더더’의 의미,신드롬비결 3가지

내가 느끼는 점도 이와 같다. 이미 충분히 성장한 회사라 창업자 개인은 더이상 일하지 않아도 충분한 돈이 생긴다면, 존재욕구4를 충족한 이후에도 회사를 키워나갈 동력은 돈을 버는것 이상의 목적이 없다면 분명 힘들것이다.

물론 엑싯을 하는 것과 돈을 쫓는것은 폴그레이엄이 말한것 처럼 나쁜일도 아니고 오히려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큰 회사를 꿈꾼다면 돈을 버는것 이상의 꿈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한킴 대표와 알토스벤처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 VC 한 킴이 발굴한 한국의 유니콘 시리즈를 추천한다 (유료기사).

덤, Moonshot

요즘 문샷이란 용어를 종종 듣게 된다. 문샷은 달착륙과 같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어렵고도 큰 과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상징하는 용어"5를 말한다.

미국의 달착륙은 우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련에 뒤쳐지고 있다고 평가되었던6 분위기에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 선택되었다. 그리고 이 모험은 케네디 대통령이 라이스대학에서 한 "We choose to go to the moon" 연설로 시작한다.

10년 안으로 달착륙을 하겠다는 이 유명한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So it is not surprising that some would have us stay where we are a little longer to rest, to wait. But this city of Houston, this State of Texas, this country of the United States was not built by those who waited and rested and wished to look behind them. This country was conquered by those who moved forward--and so will space.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우리가 조금 더 쉬고 기다리도록 우리를 그곳에 머물게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휴스턴이라는 도시, 이 텍사스 주,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기다리고 쉬고 뒤를 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는 전진한 자들에 의해 정복되었으며 우주도 그러할 것입니다.

미국의 달착륙은 우수한 인재, 막대한 자금 그리고 분명 미국의 개척자 정신의 산물일 것이다.

But why, some say, the moon? Why choose this as our goal? And they may well ask why climb the highest mountain? Why, 35 years ago, fly the Atlantic? Why does Rice play Texas?

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왜 달 인가요? 왜 달이 우리의 목표인가요? 라고 말할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도 물었을겁니다, 왜 가장높은 산을 오르나요? 왜 35년 전에 대서양을 횡단 하였나요? 왜 라이스대학은 텍사스대학과 경기하나요?

우리는 달에 갈겁니다, 우리는 달에 갈겁니다. 우리는 10년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일도 할겁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달 착륙, 큰 비즈니스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일 이기도 할 것이다.


  1. [종목이슈] 유통업계 재편…지는 대형마트·뜨는 택배업체
  2. 쿠팡, 부산에도 물류센터 짓는다…누적 투자금액 1조원 넘어
  3. 출처: 손주은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 머니투데이
  4. 기본적인 욕구로 음식, 공기, 물, 임금 그리고 작업조건과 같은 것에 대한 욕구 - 출처
  5. [매경시평] 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6. 당시 소련은 인류의 첫 인공위성, 첫 유인발사, 첫 우주유영을 성공시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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